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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집(梅月堂集)

영원오늘 2019. 10. 19. 20:48

*** 매월당집(梅月堂集) 김시습(金時習) 지음 *** 

 

 

*** 천 형(天形) ***  

 

 

어떤 사람이, 청한자(淸寒子)에게 묻기를,  

 

"하늘이, 형체가 있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형체가 있지."  

 

묻기를,

 

"그러면, 어떤 것이 형체입니까?"  

 

답하기를, "둥글고 아무 것도 없지."  

 

묻기를,

 

"그러면, 기운(氣)이, 있습니까?"  

 

답하기를, "기운이 있지."  

 

묻기를,

 

"그러면, 어떤 것이 기운입니까?"  

 

답하기를,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추이(推移)와, 한서(寒暑),

주야(晝夜)의 왕래가 그것이다."  

 

 

묻기를,

 

"그러면, 하늘이, 형체가 있고, 기운이 있다하니,

만일, 세상에, 둥근 물체가, 공중에 있다면,

끝내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끝내 떨어진다면, 기국(杞國) 사람의 근심도,

익살꾼의 헛소리는 아니로군요.

 

기운이 있고, 형체가 있으면, 물체도 있을 것이니,

불가의 28천(天)과, 도가의 36천이,

또한, 황탄(荒誕)한 말은 아니군요.

 

거기도, 꼭, 사람이, 그 중간에 살아서, 왕래하고,

원림(園林)도, 대관(臺觀)도, 즐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地球)와 무엇이 다르겠으며,

어찌, 하늘이라고 말하겠습니까?

 

만일, 하늘이라고 할 수 없다면,

대기(大氣) 중간에는, 오직, 지구 하나 밖에 없으니,

하늘이, 즉, 물체의 덩어리라면,

땅덩어리에, 포개 있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예전 선비들이 말한 바,

가볍고, 맑은 것은, 올라가고,

무겁고, 흐린 것은, 내려간다 하였는데,

그것은, 무엇을 이른 말입니까?"

 

  

청한자가 대답하기를,  

 

"한심하다.

 

답답하게 듣는구나.

 

시험삼아, 너를 위하여, 상세히 설명하리니, 들어보라.

 

대체로, 하늘이란 것은, 가장 높은 것이니,

높아도 끝이 없고, 넓어도 가가 없는 것이다.

 

기(氣)의 운행이, 쉬지 않으므로,

일월성신이, 광채를 내고 달려 있어도,

무슨, 줄로, 부뜰어맨 것이 아니다.

 

풍우상로(風雨霜露)는, 기(氣)의 변화로 생기는 것이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극히, 맑고(淸), 극히 강(剛)하여, 가(涯)가 다시는 없고,

극히, 강(强)하고, 극히 건(健)하여, 다시는, 쉬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대지산천(大地山川)이,

대기(大氣)가, 선회(旋回)하는 중에, 우뚝이 떠 있고,

초목(草木)과 인물(人物)은, 그 성명(性命) 안에서,

삐죽 삐죽 머리를 들고, 움직이고 있으니,

대체로, 이것을 일러, "하늘의 형체"(天形) 라고 하는 것이다.

 

 

역(易)에 말하기를, 건(乾)은,

원(元)하고, 형(亨)하고, 이(利)하고, 정(貞)하니라 하였다.

 

정씨(程氏)는 말하기를,

하늘이란 것은, 하늘의 형체(形體)요, 하늘의 성정(性情)이라 하였다.

 

주씨(朱氏)는 말하기를,

양(陽)의 성정(性情)은, 굳건하여(健),

크게, 형체를 이룬 것이, 하늘이 된 것이라 하였다.

 

이 두 선비가, 어찌, 사람을 속이겠는가마는,

앞서 말한, 두 사람의, 하늘 이야기에서,

인물(人物), 궁실(宮室), 원림(園林), 복식제도(服食制度) 는,

특히, 사람을 현혹하는, 해괴한 말이다.

 

그것이, 어찌, 이치가, 둘이 있겠는가?"  

 

 

묻기를,

 

"말하자면, 일월성신(日月星辰)이란 것은,

어떤 물건인가를, 다시, 재차, 상세한 설명을 청하나이다."  

 

 

답하기를,

 

"대기(大氣) 중의 빛은,

양의(兩儀 = 陰陽)의 정화(精華)라는 것이다.

 

양(陽)의 정화는, 해를 말함이요,

음(陰)의 정화는, 달을 말함이다.

 

해의 남은, 빛이 나뉘어, 별이 되었으므로,

별 성(星)자는, 날 일(日) 밑에, 날 생(生)자가 합하여 된 것이다.

 

진(辰) 이란 것은, 일월(日月)이 만나는 곳이니,

정월에는, 일월이, 해방(亥方)에서 만나고,

2 월에는, 술방(戌方) 에서 만난다.

 

이것이, 즉, 진(辰) 이다.

 

"열어구"(列禦寇)란 것은,

하늘에 쌓인, 기운일 따름이니,

해, 달, 별은, 쌓인 기운 중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장형"(張衡)이란 것은, 별을 말하는 것이니,

체(體)는, 땅에서 이루어지고,

정(精)은, 하늘에서 이루어져, 착잡하게 벌려 있으나,

각각, 속해 있는 곳이 있으니,

만일, 이에 대해, 이론(異論)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은 알지 못한다.

 

  

내가, 일찍이, 여러 서적을, 상고해 보았는 바,

도가서(道家書) 중, "진무경론"(辰武經論)에,

별의 형체 및 영험한 자취를, 자세히 말함이 있으니,

그 내용에, "현천대성(玄天大聖)에게 우러러 고하나이다." 라고 한,

현천대성은, 북방 임계(壬癸)의 지극히 영험한 신이요,

금궐진존(金闕眞尊)이라 하며,

응화성무상장군(應化聖無上將軍)이라고도 이르고,

호(號)는, 진무(眞武)라 하고,

위용이 혁혁한, 태음군(太陰君) 이다.

 

열숙(列宿) 중에서, 허위(虛危) 쪽에 있음으로서,

기(氣)가 빼어나, 두 눈을 부릅뜨면,

번개가 번쩍여, 모든 마귀가 항복한다.

 

동시에, 구름 같은, 수만의 대군을 거느려, 구주(九州)를 위압하며,

자포(紫袍), 금대(金帶)로, 신봉(神鋒)을 들고 있는,

창구(蒼龜) 거사(巨蛇)는,

성족(聖足)을 받들고,

육정육갑(六丁六甲)은, 좌우로 수행하고,

팔살장군(八殺將軍)은, 전후로 호위한다.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내려주며,

뜻밖에도, 일심으로 명령에 복종하여, 예(禮)를 봉행하니,

이때는, 자미대제(紫微大帝), 용한원년(龍漢元年) 중원일(中元日 - 7월 15일)이었다.

 

 

"태청경"(太淸境) 위의 북극궁중(北極宮中) 에서,

자미전(紫微殿)을 향하여, 제천의 성상(諸天之聖上)들이, 열좌(列座)하였다.

 

"연생경"(延生經)에 이르기를,

모든 사람의 성명(性命)은, 모두, 본명성궁(本命星宮)이 주관하는,

본명신장(本命神將)에 속한다고 하였다.

 

복명신장(本命神將 )은,

항상, 음복(蔭福)을 내려, 인명(人命)을 주지(主持)하여,

타고난 수명을 누리게 한다.

 

무릇, 본명진성(本命眞聖)은,

매년, 여섯차례, 인간세상에 강림하니,

하강하는 그날은, 본명의 기한이 된 날이므로,

재앙을 소멸하고, 죄악을 참회하여, 복을 빌면, 수명을 늘일 수 있다.

 

이 진경(眞經)을 가지고, 자기의 힘에 따라, 장초(章醮)를 지내면,

복덕이 더하고, 본명(本命) 기한이 닥쳐왔다 할지라도,

염라(閻羅)의 사자가 오지 않는다.

 

초연(醮筵)을 베풀지 않고, 향화(香火)를 받들지 않으면,

이런 사람은, 자기 생명을 경하게 여기고, 본명을 희미(稀迷)케 하며,

사람의 신명(身命)을, 귀중히 생각지 않음이니,

하늘에서 수명을 맡은 신관(神官)이,

복록을 빼앗고, 수명을 줄여, 큰 죽음에 이름이 많으니라.  


 

 

 

*** 용   호(龍虎) ***

  


어떤 사람이 또 묻기를 "용호를 수련하면 신선이 될 수 있습니까"하니,

청한자가 대답하기를, "비록 지당한 이치는 아니나 그런 실험은 있었다"하니,

 "그렇다면 자세히 가르쳐 주심을 청하나이다.

 

옛적에 우(禹)임금이 솥(鼎)을 만들 때 물 속에 있는 괴물은 그 형상을 숨기지 못하였고,

온교(溫嶠)가 병풍을 불태울 때 물속 의 괴물이 그 형체를 둔갑하지 못하였으니

대체로 성인의 공부를 하는 사람은 천하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천하의 일을 모두 경험해 본 연후엔 옳지 않고 간사한 마음은

속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정성을 다한 이치만이 방촌(마음)에 있습니다"하니

청한자가 말하기를

 

"그대의 물음이 참으로 정교하다.

시험삼아 그대의 물음에 변명하리라.

대체로 용호라는 것은 연홍(鉛汞 - 수련변화)하는 것이요,

정기(鼎器)라는 것은 건곤(乾坤)이요,

문무(文武)라는 것은 불을 조절하는 것이니

아홉번을 연단(鍊鍛)하여 단(丹)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은 수련의 대강으로 좀더 자세히 말하면

용이란 것은 남방의 이호(離龍)이요

호라는 것은 북방의 감호(坎虎)라는 것이다.

 

대개 동을 청룡이라 하고

서를 백호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제 동방의 목(木)은 동방에 있지 않고

남방의 화(火)와 합해 청룡이 적룡(赤龍)이 되고,

서방의 금(金)은 서방에 있지 않고

북방의 수(水)와 합해 백호가 변하여, 흑호(黑虎)가 되니,

화목(火木)은 적룡이요,

금수(金水)는 흑호가 된다.

 

즉 용호를 딴 말로 하면 "연홍"이라 한다.

연단(鍊丹)할 때 용을 몰고 호를 부르며

이어 그 정기(精氣)를 삼키는데

한 번은 숨을 들이 쉬고 한 번은 숨을 내쉬어

이것을 되풀이 하면 복호(伏虎) 강룡(降龍)하여

나르지도 않고 뛰지도 않고 병합(倂合)하여 하나가 된다.

 

이것을 연단(鍊鍛)이라 한다.

 

정기(鼎器)를 건곤(乾坤)이라는 것은

대개 모든 사람의 신체에서 "머리"는 건이요, "배"는 곤이기 때문이다.

 

처음 앉을 때, 정신을 배안으로 집중하고, 눈을 감고 반응을 들으며,

눈으로 코를 대신하고, 코로 배꼽을 대신하면, 몸이 평정하여 진다.

 

즉, 정기(鼎器)가, 안정되는 것이다.

 

"정기"가 안정되면, 한 번 숨을 들이 쉬고, 한 번 내쉬는 데서,

원기(元氣)가 빼앗기는 것이니, 이에, 단(丹)이, 감(坎) 중에서 생하여,

화(火)의 공격을 받아, 제자리에 나와, 삼궁(三宮)을 거쳐, 입으로 들어가니,

즉, 이것은, 음식을 먹는 대신, "기"(氣)를 먹는 것이다.

 

불(火)의 징후라는 것은, 정기의 약물을 제거하고,

그 나머지 육십괘(六十卦)는, 둔몽(屯蒙)으로 부터,

이하로, 기제(旣濟), 미제(未濟)에 이르기까지,

솥밖의 주위에 둘러 있음으로서, 하늘을, 두루 도는, 불의 징후가 되는 것이다.

 

문무(文武)의 불이란 것은,

연호(鉛虎)이니, 금(金)에 속하여, 그 성(性)이, 지극히 강하므로,

감(坎) 중에 감추어, 맹렬히 불리고, 달구지 않으면, 능히, 날아오를 수 없으므로,

무화(武火)를 사용하여 달구되, 문화(文火)는, 쓰지 못한다.

 

"홍룡"(汞龍)은, 목(木)에 속하였으므로,

그 성(性)이 지극히 유하여, 이(離)중에 숨어서,

얼핏 보아, 진연(眞鉛)으로, 자연부동(自然不動)이므로, 문화(文火)로 달구되,

무화(武火)는 쓰지 못한다.

 

 

"천지의 원기"를, 훔친다고 하는 것은,

수련을 쌓아서, 장생하는 사람이, 능히, 정기(正氣)를 훔치는 것이다.

 

능히 정기를 훔친다는 것은, 그 자신의 호흡에 의한 것이다.

 

내쉬는 기는, 뿌리에서 생하고, 들이쉬는 기는, 꼭지에 이르니,

이러므로, 기운을 호흡하여, 단전에 돌아가게 하는 것을,

"도기"(盜氣)라고 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호흡은, 도리어, 천지의 호흡과 일치한다.

 

동지(冬至) 이후는, 내쉬는 숨이고,

하지(夏至) 이후는, 들이쉬는 숨이니,

이것은 일년의 호흡이다.

 

자시(子時) 이후는, 들이쉬는 숨이고,

오시(午時) 이후는, 내쉬는 숨이니,

이것은 하루의 호흡이다.

 

하늘의 일년과, 일일은,

사람에 있어서, 한숨(一息)과 같다.

 

이로서, 일원(一元)의 수를 헤아리면, 129,600년이다.

 

그것을, 대화수(大化數)로 줄이면, 일년이 된다.

 

이제, "단도"(丹道)를 말한다면,

하루는 13,500의 호흡이 있으니,

일호흡이, 일식(一息)이 된다면,

한번 숨쉬는 동안에, 천운(天運) 13,500년의 수를 빼았는 것이고,

일년 360일의 4,860,000식(息)을 쉬면서,

천운 4,860,000년의 수를 잠탈하면, 더렵혀진 몸을 씻어 버리고,

순양(純陽)의 체질로 변하여, 비로소 기운을 바꾼다.

 

이를, "대화"(大華)라 한다.

 

대화는, 자연적으로, 용태(龍胎)의 체질이 되어, 피(血, 백혈(?))를 바꾼다.

 

이를, 옥태 경액의 고(玉胎瓊液之膏)라 한다.

 

다음은, "맥"(脈)을 바꾼다.

 

이를, "비단자화류정"(飛丹子華流精)이라 한다.

 

다음은, "살"(肉)을 바꾼다.

 

이를, "주광운벽의 유"(朱光雲碧之 )라 한다.

 

다음은, 골수(髓)를 바꾸면, "구상홍화신단"(九象紅華神丹)이라 한다.

 

다음은, 힘줄(筋)을 바꾸는데, 이를, "대청금액의 화"(大淸金液之華)라 한다.

 

다음은, 뼈로 바꾸는데, 이를, "구전상대의 단"(九轉霜臺之丹)이라 한다.

 

다음은, 모발(毛髮)을 바꾸면, 이를, "구정운영"(九鼎雲英)이라 한다.

 

다음은, 형상(形象)을 바꾸면, "운광석류비단"(雲光石流飛丹)이라 한다.

 

이것이, "구전(九轉)의 순서" 이다...

 

"벽곡"( 穀)을 하고, "결태"(結胎)한 뒤부터,

백일이 되면, "소성"(小成)이 되고,

이년이 되면, "대성"(大成)이 되고,

구년이 되면, "구변"(九變)을 거쳐,

"음"(陰)은 없어지고, "양"(陽)만이 남아서, 성공이 되고, 수행이 끝나서,

속세의 인사(人事)가, 다 없어진 연후에, 세상에 홀로 남아,

천지와 함께, 수명을 같이 할 수 있다.

 

이것이, "장생초탈"(長生超脫)의 "술법"(術法)이다.  


 

 

 

복   기(服氣)  


대체 복기라는 것은 외부의 인연을 끊고 모든 세속의 인연을 물리치고 오직 오신(五神)을 지키며 사정(四正)에 따르는 것이다. 오신이란 심장, 간장, 비장, 폐장, 신장의 신이고, 사정이란 말, 행동, 앉음, 섬의 바름이다. 오신이 편하고 사정이 화(和)한 연후에 내시법(內視法)을 익혀, 생각에 먹은 것의 마음을 가지면서 오장을 들여다보게 하면 오장이 경(磬-악기) 달린 것 같이 오색이 환하게 분명히 보인다. 이일을 계속하여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동쪽을 향하여 곧게 서서, 두손을 무릎 위로 쭉펴고 심안(心眼)으로 기(氣)를 본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들어마셔 이환궁(泥丸宮)에 들어가게 하여 아래로 용천혈(湧泉穴)에 닺게 한다. 아침마다 이와같이 하는데 이것을 영기(迎氣)라고 한다. 늘 코로 공기를 들이 쉬고 입으로는 조금씩 뱉는데 입을 열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대개 뱉기는 적게 하고 마시기는 많이 한다. 밥을 먹을 때는 공기를 많이 마셔서 배안에 가득하게 하는 것은 기(氣)가 주가 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신선 복기법(服氣法)이라 한다. 


수   진(修眞) 


무릇 신선이라는 것은 양성복기(養性服氣)하고 용호(龍虎)를 연단하여 늙음을 막는 것이다. 그 양성결(養性訣-老氏의 書)에 말하기를, 대체 양성(養性)이란 것은 늘 피로를 적게하도록 하는 것이니, 다만 크게 힘들지 않게 하고 힘에 부치는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면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두리는 좀먹지 않는다 하는데 그것은 운동하기 때문이다. 대저 양성하는 사람은 오래 서지 말며, 오래 걷지 말며, 오래 앉지 말며, 오래 눕지 말며, 오래 보지 말며, 오래 듣지 않는다. 그 요점은 세 가지를 머리에 두고 하나를 지키는 것이다. 셋이란 정(精), 기(氣), 신(神)이요 하나라는 것은 도(道)다. 정은 기를 낳을 수 있고, 기는 신을 낳을 수 있으니 정이라는 것은 현기(玄氣)로서 만물을 화생(化生)하며 기는 원기(元氣)로서 선천상기(先天象氣)의 우두머리다. 신(神)이라는 것은 시발(始發)하는 기로서 낮에는 머리에서 나오고 밤이면 배에서 잔다. 기의 기미는 두눈에 있으니 내관법(內觀法)이다. 마음의 신이 눈에서 발하면 보게 된다. 눈은 색에 침혹(沈惑)하여 색에서 기를 잃으므로 오래 보면 피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 신(腎)의 신(神)이 귀에서 발하면 모든 소리를 듣는다. 귀는 소리에 침혹하여 소리에서 기를 잃으므로 오래 들으면 신(腎)을 손상한다. 비(脾)의 혼(魄)이 코에서 발하면 모든 냄새를 맡게 되는데 코는 냄새에 침혹하여 냄새에서 기를 상하므로 오래 냄새맡으면 비를 상한다. 더 나아가 말이 많으면 담(膽)을 망하게 한다. 오래 누우면 기를 손상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살(肉)을 상하고 오래 서 있으면 신(腎)을 상한다. 오래 걸으면 간(肝)을 상한다. 따라서 억지로 음식을 먹지말고, 억지로 생각하지를 말라. 근심(憂愁)에 상하지 말고 놀라고 두려움에 고달퍼하지 말며 애증(愛憎)과 의혹에 빠지지 말라. 욕심에 급급하지 말며, 분함에 조급하지 말라. 네 형체(形體)로 하게 하지 말고 네 정신을 동요치 말라. 고요하고 잠잠한데로 마음을 돌리면 장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말이 적막(寂寞)하고 한담(閑談)한데 가까운데도 만일 굳이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며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면, 사람됨에 있어서 화생하지 않은 나방과 같으며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조개와 같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함인가. 말이 이치에 따라 사물에 응하면 전일(專一)한 마음에 전덕(全德)이 될 것이요, 내심(內心)이 곧고 외관(外觀)이 반듯한 것은 일심의 행업(行業)이 될 것이다.

 

 

김시습의 자는 열경(悅卿)이고 호는 동봉(東峰), 벽산청은(碧山淸隱), 청한자(淸寒子) 또는 매월당(梅月堂)이라 한다. 태어난지 여덟달에 저절로 글을 알게되니 최치운(崔致雲)이 와 보고 기이하다하여 시습이라고 이름지어 주었다 한다. 나이 세 살이 되자 능히 글을 지을 줄 알게 되어 글 한귀를 지었는데,  



     복사꽃 붉고 버들잎 푸른 늦은봄  

     구슬 궨 푸른 바늘은 솔잎의 이슬  



이라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정승 허주가 그집을 찾아와 시습에게, "나는 늙었으니 늙은 老자를 넣어 글을 지으라"하니 즉시 글을 지어 대답하기를, "늙은 나무에 꽃이피니, 마음은 안 늙었네"하니 허정승은 무릎을 치며 탄복하였고 "이 아이는 신동이로다"하였다.  

세종께서 이 소문을 들으시고 정원(政院)에 불러와 지신사(知申事) 박이창(朴以昌)에게 시 짓는 것을 시험하게 하셨다. 그리고 전지를 내려 말씀하시기를, "내가 친히 인견(引見)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들을까 두려우니 아무쪼록 조용히 두어, 잘 수양해서 나이가 들고 학업이 성취되면 장차 크게 쓰리라"하고 비단을 하사하여 집으로 돌려보냈다.  

시습이 나이 21살 되던 해 삼각산 속에서 글을 읽고 있다가 단종(端宗)이 왕위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문을 닫고 사흘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가 대성통곡하고 공부하던 서적을 모두 불태우고 미친체하여 측간(厠間)에 몸을 빠뜨리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중이 되었다. 이름을 설잠(雪岑)이라 하고 중흥사(中興寺)에 가장 오래 거주하였다. 비가 와서 뒷산 개울 물이 불면 나무를 꺾어 백여 쪽의 쪽지를 만들어 붓과 벼루를 가지고 여울가에 자리잡아 침음(沈吟)하다 시를 짓는데 혹은 절귀(絶句)도 짓고 혹은 율(律)도 짓고 혹은 오언(五言), 또는 고풍(古風)도 지어서 쪽지에 써서 물에 띠우고 또 써서는 다시 물에 띠웠다.  

이같이 하여 쪽지가 다 없어지면 처소로 돌아갔다. 달밤이면 이소경(離騷經)을 외우기 좋아하였는데 다 외우면 반드시 통곡 하였다.  

세조가 일찍이 법회(法會)를 마련하고 시습을 법주(法主)로 뽑아 불러 왔으나 시습은 그날밤 거기서 자고 새벽에 종적없이 도망쳐 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세조가 사람을 시켜 뒤쫓아 찾아보니 시습은 거리에 있는 변소 분뇨통에 빠져서 얼굴만 내놓고 있었다.[名臣錄에 나와 있음]  

일찍이 설악산에 숨어살더니 강릉 사람 최연(崔演)이라는 이가 동지(同志) 소년 오륙명을 데리고 같이 놀다가 배움을 청하자, 시습은 모두 사절하고 다만 최연만 데리고 가르친지 반년이 되었다. 사제의 도를 다하여 자나 깨나 곁을 떠나지 않더니 매양 달이 밝고 밤이 깊어서 잠을 깨어보면 시습은 간곳이 없고 잠자리는 비어 있었다. 연이 심중에 의혹이 들지만 감히 쫓아가 찾아보지는 않았다. 이같은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하루는 밤중에 달이 또한 밝으니 시습은 의관을 차리고 가만히 나가버렸다. 연이 가만히 그 뒤를 밟아보았다. 한 구렁을 지나고 한 고개를 넘어 수풀속에 몰래 숨어 내다보니 고개밑에 큰 반석이 넓직하여 앉을만한 곳이 있었다. 두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나 서로 읍하고 바위위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거리가 멀어 잘 들리지는 않으나 한참동안 얘기하다 헤어졌다. 연이 먼저 돌아와 자리에 누워 자는 체하고 있었다. 다음날 시습은 연을 불러 말하기를 "처음에는 가르칠만 하다고 생각되어 가르쳐 보려하였더니 이제 번조(煩燥)함을 비로소 깨달았으니 더는 가르칠 수 없다"하고 사절하여 버렸는데 밤에 반석위에서 만난이는 사람인지 선인(仙人)인지 끝내 알 수 없었다.  

후에 시습은 머리를 기르고 환속하여 살다가 얼마 안되어 다시 중이 되었다. 홍산(鴻山) 무량사(無量寺)에서 죽을 때, "내가 죽거든 화장하지 말라"고 유언하여 그 절의 중들이 절 옆에 임시 매장을 하였다. 삼년후에 영폄(永 )하려고 관의 천개(天蓋)를 열어보니 안색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하니 어찌 그를 죽은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윤상국 춘년(尹相國春年)에 지은 매월당전(梅月堂傳)에 시습은 능히 오백나한보다 뛰어나니 더욱 특이하다"하였다.[於于野談에서, 어우는 柳夢寅의 별호임]  


이율곡이 봉교(奉敎)하여 찬술한 김시습전에도 역시 말하기를 "동봉(東峰)은 홍치(弘治) 6년에 홍산 무량사에서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하지 않고 절 옆에 가매장하였다. 삼년 후에 영폄하려고 천개를 열어보니 얼굴빛이 산 사람 같아 승려들이 놀라고 탄식하여 '부처가 되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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