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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레빠

영원오늘 2020. 12. 23. 09:40

티베트 불교의 성자 밀라레빠(Milarepa, 1052~1135)>

           

                                                   밀라레빠

 

티베트 불교의 성자 밀라레빠는 상상을 뛰어넘는 구도의 열정, 독특한 생애,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 등을 통해 진리를 가르친 위대한 수행승이었다.

티베트 불교 역사상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으며 영적 지도자들과 정신적 엘리트들의 구도정신을 고양시킨 밀라레빠 같은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구원의 진실한 메시지나, 보다 높은 가르침을 찾는 이들에게 이 밀라레빠의 구도 이야기와 깨침의 노래들은 실로 큰 의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제 그의 생애를 살펴보도록 하자.

밀라레빠는 티베트의 실존인물인 밀교 성자로, 위대한 시인이자, 뛰어난 수행승이었다. 그는 영적인 노래와 시를 많이 남긴 위대한 시인이어서 그의 저작 <10만송-실제로는 10만 단어>은 유명하다. 모든 티베트인들은 <밀라레빠 10만송> 중 한 두 개 시는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그는 하늘을 날아다닐 만큼 신통력까지 갖췄었다고 한다.

 

    밀라레빠는 까규빠(Kyagupa)라는 종파의 2대조이지만, 티베트 안에서 종파를 떠나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는다.

    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와 여동생 빠다와 행복하게 살았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아버지는 밀라레빠가 일곱 살일 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형에게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형님과 형수님이 재산을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밀라레빠가 16세가 됐을 때 백부에게 재산반환을 요구하자, 백부는 ‘너희 아버지가 내게 오히려 빚을 졌다’며, 밀라레빠 식구들을 구박했다.

 

    이와 같이 해서 밀라레빠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밀라레빠네 모든 재산을 가로챘기 때문에, 이들 가족은 품팔이를 하면서 연명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동정하며 안타까워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업신여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하루는 그의 어머니가 통곡하면서, 백부와 백모를 없애고 9대에 이르기까지 씨를 말리라고 밀라레빠에게 부탁하며, 사람을 저주해 죽게 할 수 있는 마술을 배우도록 종용했다. 이에 밀라레빠는 어머니 말씀대로 수년간 흑마슬(黑魔術)을 배워, 그는 자연의 파괴력을 습득하는데 성공했고, 백부의 아들 결혼식 날 백부와 백모를 비롯한 다른 많은 하객들을 폭풍으로 몰살시켜 죽였다.

 

 그러나 이후 밀라레빠는 살인을 하고 재앙을 일으킨 자신의 행동을 크게 후회하고, 자지도 먹지도 못하며 괴로워했다. 그에게 흑마술을 가르친 스승도 잘못을 후회하고 밀라레빠에게 구원을 위한 진리를 가르칠 새로운 스승 ‘롱통라가’를 소개했다. 그리고 롱통라가는 밀라레빠에게 당시 탄트라에도 뛰어난 스승 ‘마르빠(Marpa)’를 찾아가라고 권유했다. 밀라레빠가 깊이 뉘우치고 마술이 아닌 참다운 진리를 구하기 위해 위대한 스승 마르빠를 찾아 여행길에 올랐을 때의 나이는 38세였다

 

 그리하여 밀라레빠는 마르빠(Marpa, 1012∼1109)를 만나게 되고, 마르빠는 여러 번의 시험과 시련을 안겨, 이런 시험을 거쳐 밀라레빠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밀라레빠의 스승 마르빠(Marpa)는 현재 티베트 불교 주요 4대 종파 중 하나인 ‘까규빠(Kagyupa)‘의 개산조인데, 11세기에 재가생활을 하면서 불경의 번역가로 이름을 떨친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는 공식적인 사원을 세우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개인지도로 제자들에게 여러 중요한 관정(灌頂)과 밀교 행법(行法)을 가르쳤다. 그래서 사자상승(師資相承)을 강조하는 것이 까규빠의 특징이다.

 

    제자들의 숨겨진 선근과 근기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마르빠는 불법을 찾기 위해 인도를 세 번 여행했고, 20여 년간 인도에 머무르며 많은 가르침을 배워 와서 티베트에서 실천수행 계보인 까규빠를 열었다.

    밀라레빠는 스승 마르빠 밑에서 피나는 고행을 했다. 그는 노력을 해도 해탈을 얻지 못하자 자살까지 결심하기에 이르렀던 찰나, 스승 마르빠의 가르침으로 더욱 분발해 수년을 수행했다.

 

    마르빠는 밀라레빠로 하여금 음식을 제공하는 조그만 입구만을 남긴 닫힌 동굴 속에서 철저한 수행하도록 했다[우리나라의 무문관 수행과 비슷함].   오랜 수련 끝에 밀라레빠는 동굴에서 나와 스승 앞에서 깨달은 경계, 즉 윤회의 인과에 대한 내용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원컨대 덧없는 세상을

      환락에 유혹되지 말며

      명상에서 오는 청정함이

      한없이 불어나게 하소서

      ...중략...

      원컨대 이렇게 가는 길과 방법에

      더 이상 의혹을 갖지 말며

      항상 마음이 아버지

      그분 곁에서 수행하게 하소서.

   

    이후 고향을 떠난 지 8년, 밀라레빠가 46세가 돼 고향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잡초가 무성한 집에서 유골로 남아 있었고 여동생 빠다는 구걸을 하며 떠돌이로 살고 있었다. 다음이 이 때 지은 시이다.

   

      이 세상 모든 것 덧없고 무상하여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나는 집을 떠나 없었고

      나 이제 돌아오니 그 분 이미 세상에 없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좋은 집 있을 때 주인은 멀리 떠나 없고

      주인 돌아오니 집은 이미 폐허되었네

      우리 함께 있었다 해도 영원을 기약하진 못할 것

      나는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

    

      나는 불굴의 귀의자,

      이 세상 모든 것 다 허망한 것임을 알아

      불멸의 행복 찾아 수행에 정진하리라.

   

    밀라레빠는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하고 곧 마을 근처에 있는 히말라야 산의 한 동굴에 들어가 거적 한 장을 걸치고 수행을 했다. 처음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고된 생활을 했으나, 간절히 기도하던 중 생열(生熱)을 터득함으로써 몸에서 나는 열이 각성돼, 곧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됐다.

 

하지만 머리는 산발해서 얼굴을 가리고, 먹을 것이 없어서 피부가 푸르게 변할 정도로 쐐기풀을 끓여 먹었으며, 몸은 해골처럼 말랐기 때문에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귀신으로 알고 도망쳤으며, 풀만을 먹은 터라 몸은 온통 초록빛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있으니 지나던 사냥꾼들이 그를 짐승인줄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사냥꾼들은 헐벗은 그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 세속의 즐거움이 얼마나 많은데” 하며,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밀라레빠는 진리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기뻐했고, 사람들의 어떠한 말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편, 걸식을 하며 살다가 밀라레빠의 동굴로 찾아온 여동생 빠다는 이러한 오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저는 이렇게까지 고행하면서 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오빠는 마치 머리를 짜내어 일부러 고행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여동생은, “이렇게 심한 고행을 하지 않고 신도들의 추앙을 받으며 풍족하게 사는 라마 생활도 있는데, 왜 이렇게 사느냐고”고 핀잔하자,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를 남겼다.

   

      누이여, 세속의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자여!

      내 노래를 잘 들어라.

      저 위에는 황금 첨탑, 아래로는 우아한 중국 비단들…

      이것 모두 세속적 욕망이어서 나는 그를 여의었네.

      누이여, 그대 또한 욕망을 버리고 나와 함께 히말라야로 가자.

   

밀라레빠는 수행자였지만 피붙이 누이동생에게 남긴 시구가 많다.

누이동생이 헐벗고 뼈만 남은 가죽으로 고행하고 있는 오빠에게 눈물을 떨구며 세상에 나가 살자고 매달리자,

다음의 게송을 지었다.

    

      스승님께 예배합니다.

      원컨대 이 적정처(寂靜處-동굴)에서 굳게 정진토록 힘을 주소서.

      비탄에 빠진 누이여,

      이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알라.

    

      나의 수행은 영원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

      나의 집은 들짐승이 머무는 곳과 같고

      내가 먹는 음식은 동물의 사료와 같이 보잘 것 없으며

      나의 몸은 해골과 같고

      나의 형색은 미친 사람과 같지만

      나는 차디찬 바위 위에 앉아 가죽을 벗기듯이 열심히 정진하리라.

   

      그리하여 최상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이 생에서는 지혜를 얻고 행복을 누리며

      내 생에서는 부처를 이루리니,

   

      누이여 슬퍼하지 말라.

      너 또한 영원한 행복을 위해 진리수행에 몸을 바쳐보렴.

   

결국 여동생 빠다는 밀라레빠에게 설득돼 귀의했다. 밀라레빠는 빠다가 걸식으로 가져다 준 음식을 먹으며 수행을 거듭해 9년 만에 자신의 본질이 허공이며 윤회와 열반은 둘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밀라레빠의 수행정진력에 감화를 받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점점 밀라레빠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밀라레빠는 ‘아직도 수행이 덜된 상태에서 사람들을 제도한다면 세속적인 명성과 영달을 꾀하게 된다’고 자신을 염려하고 다른 수행처로 옮기려고 했다.

 

이때 쐐기풀을 끓여먹던 냄비를 둘러메고 동굴 밖으로 나오다가 그 냄비를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

    

      방금 있던 냄비조차 이미 간 곳이 없으니

      그 속에서 모든 사물의 본성(本性)을 보았네.

      일체는 무상(無常)하고 덧없다는 것을…

      냄비는 깨어졌으나 나의 스승이 돼

      심심미묘한 무상법문 설해주었네.

   

    밀라레빠(Milarepa)는 위대한 수행자였지만 영적인 노래와 시를 많이 남긴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이 세상은 무상하니 열심히 수행정진 할 것을 권고하는 시구가 있다.

    

      일이란 언제나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지는 법.

      그러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 진리를 수행해야 한다.

      내일, 또 내일로 미루다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은 이미 끝나가고 죽음이 머지않아 가까워졌음을…

      어느 누가 죽음을 닥쳐올 날을 예고할 수 있겠는가?

      항상 이를 기억하고 진리 수행에 매진할지니라.

   

 결국 밀라레빠는 존경받는 스승이 돼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렸으며, 마하무드라(Mahamudra) 수행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밀교에서 표방하고 있는 네 가지 수인(三昧耶印, 法印, 羯磨印, 大手印) 가운데 하나가 마하무드라(Mahamudra, 大手印)이다. 마하는 크다(大)는 뜻이고, 무드라[手印]는 ‘도장 인(印)’이므로 대인(大印) 혹은 대수인(大手印)으로 번역되며, 대 우주의 도장, 진리의 도장을 의미한다. 무드라는 인계(손가락으로 맺은 표식)라는 일반적인 의미에다 지혜(Prajña)를 상징하는 '여성 배우자'라는 은밀한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도장(진리)은 아주 결정적인 것이어서 ‘결코 변동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우주의 진리, 궁극적인 목표, 즉 밖으로 드러나는 모든 2중성의 통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하무드라는 단순한 인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 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밀라레빠는 마하무드라 수행법을 개발함으로써 까규빠의 근본 교리로 확립시켰다. 마하무드라 명상은 슈냐타[공(空)]에 대한 명상이다. 그리고 바른 안목을 갖기 위해 스승에게 묻거나 해서 사자상승(師資相承) 해야 한다. 마하무드라(대수인)는 일상적인 노력을 통해서 성취하거나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승들의 가피와 자신의 헌신을 통해서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할 때에 자연스럽게 성취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마하무드라 수행자들은 말한다.

 

    “마하무드라의 바탕과 결실의 결합에서는, 수행자가 한 노력과 체험들을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스승과 계보 선조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난 감사의 마음으로 의지한다. 이는 단순한 겸허함이 아니라, 수행에서 얻는 심오하고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사람들이 이 가르침을 수행하고 소화하고, 대대로 전수해 현재 스승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면, 이 길에서의 모든 단계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자는 완전히 성숙시키고 자유롭게 해주는 이 계보의 축복과, 스승의 한없는 아량을 통해 자신의 타고난 천부적 권리, 곧 깨달아 있는 마음을 물려받는다. 그래서 마하무드라에서는 헌신과 깨침이 같은 깨달음의 양면인 것이다.”

    밀라레빠는 위대한 스승이었으나, 동시대 수행자였던 짜뿌와의 시기질투로 괴롭힘을 받았다. 마침내 짜뿌와는 여인을 시켜 독이든 우유를 그에게 공물로 바치게 한다. 밀라레빠는 미소를 지으며 독이든 우유를 받아 마시고 그 여인에게 말했다.

 

    “약속받은 보석은 손에 넣었는가? 나는 그대에게 원한으로 갚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대를 가엾이 여기노라. 내 수명은 다 됐고, 내가 해야 할일도 다 마쳤다. 그대와 짜뿌와가 이번일로 깊이 참회하고 수행에 전념할 때가 있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그대들을 구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들은 한량없는 미래세에 지옥고가 따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대의 공양물을 수락했노라”라고 했다. 얼마 뒤, 다음과 같은 시구를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

   

      삼계에 윤회하는 고통 바다의 대죄인은 바로 이 하찮은 몸뚱이

      먹고 입는 세상사에 분주해 구원을 찾지 않네.

      제자들이여, 세간사에 모든 애착 내려놓으라.

      이 몸뚱이는 덧없는 고깃덩어리

      마음은 진실함이 없이 그걸 따를 뿐, 참된 진리를 구하지 않네.

      제자들이여, 마음의 참된 본성을 깨치라.

      무지(無智)와 현상계에서 대죄인은

      그대 안에 넘치도록 쌓아 놓은 지식

      그저 재난이나 피하려 할뿐, 생사(生死) 없는 진리를 깨우치려 않네.

      육도의 덧없는 세상에 태어난 원인은

      사악한 카르마(업)로 빚어진 죄의 은폐 때문.

      인간은 좋다 · 나쁘다 시비(是非)에 몸을 맡겨

      둘이 아닌(不二) 하나라는 진리를 알려고 하지 않네.

      그대들이여 좋고 나쁘다는 편견을 피할지니라.

      붓다는 심오한 진리의 방편을 보셨으나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있는 참 뜻을 알려고 하지 않네.

      그대들이여, 난해한 논의를 피하라.

      큰 깨달음을 향한 참된 수행을 부지런히 행하라.

      이 생과 내생, 바르도(Bardo, 중음신)를 하나로 보아 거기에 익숙하라.

      제자들이여, 부디 참다운 도를 닦을지니라.

   

    이와 같이 해서 밀라레빠는 독이 든 우유를 마시고 1135년, 84세의 나이로 입멸했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위의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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