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사람/봉우선생

안자(顔子) 이야기

영원오늘 2008. 3. 6. 17:48

어떤 학인(學人)이 묻기를 "공자가 안자(顔子) 사후(死後)에 대성통곡(大聲痛哭)하셨다는데 안자가 왜 요절하였는지요?" 하였는데, 이에 봉우선생은 안자가 천기(天機)를 누설하여 하늘에서 급히 데려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다 알다시피 안자(顔子)는 공자(孔子)의 제일가는 수제자(首弟子)로서 빈궁한 처지에서도 학문을 연마하여 높은 학덕(學德)을 성취, 공자의 다음가는 아성(亞聖)으로 유교사(儒敎史)에 휘광을 드리운 인물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31세에 요절을 하여 공자는 깊히 슬퍼하며 "하늘이 나를 버렸다.

하늘이 나를 버렸다"고 탄식하였다. 이러한 안자의 돌연한 죽음이 바로 천기누설죄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전에 안자는 "순(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노력하는 자 또한 그와 같이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말은 이후 학문을 배우는 자들의 수학(修學)지침이 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순(舜)은 고대(古代) 동아시아 전설적 제왕(帝王)으로서 堯와 함께 성인정치가(聖人政治家)의 표상(表象)이다. 이러한 성인 순임금도 내가 노력만 하면 될 수 있다는 안자의 발언은 당시 학자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고 대단한 용기의 발로(發露)로서 받아 들여졌다.

후세에 편찬된 유교철학사상사(思想史)인 『성리대전(性理大全)』에도 "누가 안자보다 용감하리요(孰勇於顔子)"라는 찬사로서 안자의 이 말에 대해 대용(大勇)이라 표현했으며 또한 정자(程子)도 성인(聖人)을 배우려면 모름지기 안자를 배우라 했을 정도로 안자는 성인을 배우는 표준이었다. 이러한 안자의 말이 어떻게 천기누설에 해당된다는 것일까? 이에대한 봉우선생의 해석은 보통의 상상을 넘어선다.

즉, 안자의 전신(前身:전생)을 보면 바로 순(舜)임금으로서, 이 발언은 얼핏 외양(外樣)으로는 학인들의 학문하는 자세에 대한 용기를 복돋워 주는 뜻을 드러내고 있으나, 안으로는 자신이 성인 순(舜)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신감 내지 자기현시욕(自己顯示慾)도 일정부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학(道學)의 고단자일수록 언행(언행)에 극히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 정신계(精神界)의 불문율인데 - 이는 범인보다 그 정신적 파장, 영향력이 크기 때문 - 안자는 이를 경솔히 발설하여 하늘의 금기사항(天機)을 어겼고 그에대한 가차없는 징계로서 거두어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자로서는 후학들을 위하여 발설(發說)하는 희생을 치렀다. 즉 보살도(菩薩道)를 행한 것이다.

공자 또한 안자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안자의 사후(死后) 낮에는 대성통곡하였으나, 밤에는 하늘의 별을 보고 서방(西方)에 성인(聖人)이 나리라고 뛸듯이 기뻐하셨다한다.
즉, 안자가 후신(後身:미래의 몸)으로 예수가 될 것을 천문(天文)에서 미리 읽은 것이다.

 

여기서 안자의 전신(前身)이라는 순(舜)을 잠시 살펴보면 순은 역사적 명칭(史稱)으로서 성(姓)은 도(姚), 유우씨(有虞氏)이며 본명은 중화(重華:거듭빛남)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5천년 우리민족이 배출한 성인(聖人)이자 위대한 통치자로서 순(舜)이야말로 홍익인간(弘益人間)정신, 보살정신의 구현자(俱現者)이자, 행불(行佛)이며 미륵불이며 진정한 열반(涅槃)의 의미를 체현(體顯)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진정한 열반이란 해탈해서 윤회(輪廻)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윤회에 능동적으로, 자기의지대로 그 수레바퀴의 중심축이 되어 굴러가는 것을 돕는 것이 진정한 해탈이자 열반이지 그저 공(空)으로, 무(無)로 돌아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승(大乘)의 삶을 순(舜)은 지향했고 평생 실천했다고 한다.

성인(聖人)은 원래 자신의 정신을 여럿으로 나누어 분화(分化)시켜 분신(分身)으로 존재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순임금 역시 자신을 안자와 마하가섭(摩詞迦葉)으로 분화(分化)하여 거의 동시대에 활동하였다 한다. 마하가섭은 석가모니불의 십대제자중 소욕지족(小欲知足) 두타행(頭陀行) 제일(第一)의 성자(聖者)로서 안자가 공자 제일의 심법(心法)을 전해받은 수제자라면, 마하가섭 또한 석가의 심인(心印)을 전해받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주인공으로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순(舜)의 행보(行步)는 이렇듯 마하가섭, 안자의 동시적 분신(分身)을 거쳐 예수라는 후신(後身)으로 나타나며, 앞으로 미래에는 미륵불 또는 만세대장부(萬世大丈夫)라는 대도인(大道人)의 존재로 출현하여 대동장춘(大同長春)이라는 평화세계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우주사(宇宙史)의 계획된 프로그램의 일환(一環)이며, 인신(人身)의 온갖 영욕을 체험하며, 급기야는 대우주의 원리인 성시성종지도(成始成終之道)를 구현하는 일대(一大) 파노라마이기도 하다. 예수가 생전에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고 자신있게 설파(說破)한 것도 순(舜)의 행불(行佛)사상을 암시하고 있다.

마하가섭이 석가모니불의 입멸(入滅:죽음)후 부처의 관앞에서 쿼바디스의 심정으로 "앞으로 저는 어찌해야겠나이까?"하고 마음속 깊이 물으니,관에서 부처의 발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심안(心眼)으로 보았다. 여기서 족(足)은 역(易)의 진괘(震卦)에 해당되며 방위는 동방(東方)이다. 즉 이것은 부처가 가섭에게 심법(心法)으로 수기(授記)한 것으로 제출호진(帝出呼震)이라, 네가 미래에 동쪽으로 만세(萬世)의 정신적 제왕이 되어 나온다는 암시로서 대답을 준 것이라 한다.

순(舜)은 백살이 넘어 오래 살았는데, 마하가섭과 안자, 예수의 수명을 합친 140∼150세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순과 안자, 예수의 죽음의 혀태에서 공통적으로 비정상적, 순탄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순은 우(禹)임금에게 피살되었고, 안자는 요절했으며, 예수는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예수는 나중에 다시 살아나 프랑스로 가서 익명으로 살았는데, 자손이 매우 번성했다 한다.

봉우선생은 "옛날 군자(君子)는 순(舜) 글자 하나만 갖고서도 정신을 집중하여 그 정신의 빛을 돌이켜 비추어서(回光反照) 순의 정체(正體:바른모습)와 그 운명을 직관하였다"한다. 즉
순(舜)이란 글자에서 맨위 ( )는 순임금을 뜻하고, 그다음 (   )은 안자,예수,가섭의 셋을, 그 다음 획( )은 동방(東方), 그 다음 획(   )은 서방(西方), 그 다음 획(夕)은 북방(北方), 그 다음 획(  )은 남방(南方)을 가리키며, 맨위( )부분이 일삼(一三) 삼일(三一) 무진본(無盡本:끝없는 근본)이 되는 자리로서 중앙이 된다. 이렇게해서 순의 운명을 문자학(文字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곧 순의 운명이 행(行)이요, 그 행이 세번 되풀이 됨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봉우일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