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건강

방정맞은 ‘다리 떨기’는 병이다

영원오늘 2021. 8. 10. 18:57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

어른들은 다리를 떠는 아이를 보면 복이 나간다고 꾸짖는다.

하지만 어른들 눈에 방정맞아 보이는 다리 떨기를 단순히 그릇된 습관이 아니라,

질병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떠는 아이들 중에는 이러한 현상이 생리적인 이상 상태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지나치게 다리를 떠는 현상을 전문 용어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이라고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은 다리를 떠는 것 외에, 수면 중에 다리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나타난다. 그로 인해 잠을 깊이 잘 수 없어 일상 생활에서 졸림과 피곤을 호소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눕거나 오랫동안 앉아 있는 자세에서 흔히 나타나며, 휴식중 또는 몸의 움직임이 적을 때, 그리고 오전보다 오후와 밤에 심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노인에게 더 자주 발생하며 증세도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 중에도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평가되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소아신경과 의료진은 수면 장애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 5백여 명의 의료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 6%에 해당하는 어린이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가장 흔한 증세는 잠들기 힘들어하고, 잠이 들어서도 쉽게 깨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25%에서는 ‘집중력 장애 현상’도 관찰되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 철분 부족, 당뇨병, 신장 질환 등이 위험 인자로 추정될 뿐이다. 실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에서 철분 부족과 유전적 요인이 하지불안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는 어린이의 83%가 철분 부족 상태였고, 75%는 가족 중에 하지불안증후군 병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아빠보다 엄마가 약 세 배 정도 더 하지불안증후군에 걸려 있었다.

다리 주무르고 무릎 구부리면 증상 완화돼

과거에도 어린이들의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나, 성장기에 흔히 나타나는 성장통(growing pains)의 하나로 간주해 왔다. 성장통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지 통증으로, 낮에 잘 놀던 아이가 밤에는 다리가 아프다고 잠을 설치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말짱해지는 그런 증상이다. 최근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이 특정 뇌세포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떨림이 느껴지면 갑자기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럴 때는 걷거나 다리를 주무르거나 무릎을 구부리면 증상이 완화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따뜻한 목욕, 전기 담요와 얼음주머니를 이용한 다리 마사지, 운동 등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카페인 섭취는 줄여야 한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앓는 질병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어린이들은 더욱 그렇다. 아이가 이상한 습관을 보인다면 부모는 꾸중하기 전에 혹시 건강 이상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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