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정토는 어디인가?

 

위사군이 예배하고 물었다.

"제자가 보오니 스님과 도교인과 속인들이 항상 아미타불을 생각하면서 

서쪽 나라에 가서 나기를 바랍니다. 청컨대 큰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저기에 날 수가 있습니까? 바라건대 의심을 풀어 주소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사군은 들어라. 혜능이 말하여 주리라. 세존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서방정토에로 인도하여 교화해 말씀하셨느니라. 

경에 분명히 말씀하기를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하였다. 

다만 낮은 근기의 사람을 위하여 멀다 하고, 가깝다고 말하는 것은 

다만 지혜가 높은 사람 때문이니라.

 

능엄경 원문(原文)

 

또 다시 아난아! 너는 지금 알고 있느냐?

아미타불이 저기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니 

너는 일어나 합장하고서 서쪽을 향해 이마로 예를 올려라.

 

아난이 공경히 이마로 예를 올리는 동안 아미타불이 큰 광명을 발하여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수없이 많은 천지와 수없이 많은 해와 달이 모두 빛을 잃어버리고

오직 한줄기 부처님의 광명만이 힘차고 환하게 빛나거늘, 이 모임의 사부대중 가운데

모든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은 저 아미타불의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장엄함을 통해

보고 공경히 이마로 예를 올리고서 곧 차등의 있을 수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송염

 

자수스님의 게송에 이르기를,

 

끊어 버리려면 미려없이 끊어 버려라

한 평생의 부질없는 환상, 물거품인 것을

자신의 깊숙한 곳에 계신 천진불은(自家奧裡天眞佛)

구구하게 밖으로 향하여 구하는 것을 절대 싫어하네.(切忌區區向外求)

 

부설거사의 게송에 이르기를,

눈으로 물질을 보지 아니하면, 미움과 사랑이 없어지고

귀로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시비가 끊어지리라

미움과 사랑과 옳고 그름을 다 놓아 버리고

스스로 자기집 부처님 뵈옵고 귀의 할 지어다.(自觀自佛自歸依)

 

주석

 

이는 곧 현묘한 삼마지가 드러남에 본래의 깨달음(本覺)이 나타난 것(發現)이다. 

"저기 있다" 라고 한 것은 

곧 나를 객체로 삼고 상대를 주체로 삼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요, 

"서쪽으로 향하라" 고 한 것은 본래 깨달음의 방위(本覺之方位)를 보이신 것이다. 

 

아(阿)는 무(無)이고, 미(彌)는 양(量)이며, 타(陀)는 지혜. 용력. 수명. 복록. 광명, 

공덕으로서 아미타불이란 곧 법계에 숨어있는 주인 할아버지(法界藏主人翁)이므로, 

시방 삼세의 일체 모든 부처님이 이 성품(此性)을 확실하게 깨달아 이를 닦아서 

부처의 지위를 증득하였고,

모든 벽지불도 그 성품을 깨달아 그것을 닦아서 

벽지불을 증득하였며,

모든 보살도 그 성품을 깨달아 이를 닦아서 보살을 증득하였고, 

일체 성문(聲聞)들도 그 성품을 깨달아 이를 닦아서 성문을 증득하였으며, 

아미타불도 아미타불을 닦아서 아미타불을 증득하였다.

 

배우는 사람들이 음욕, 성냄, 어리석음을 범하면 아미타불은 십만억이나 먼 국토의 

거리가 생길 것이요, 

계. 정. 혜를  닦으면  아미타불이  곧 자기의 법신(自己之法身)이 되는 것이니, 

배우는 사람들은 계를 지키지 않을 수 없나니라.

 

 

사람에는 자연히 두 가지가 있으나 법은 그렇지 않다. 

미혹함과 깨달음이 달라서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을 뿐이다. 

미혹한 사람은 염불하여 저곳에 나려고 하지만 

깨친 사람은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한다.

 

만약 남(生)이 없는 돈법(頓法)을 깨치면 서방정토를 찰나에 볼 것이요, 

만약 돈교의 큰 가르침을 깨치지 못하면 염불을 하여도 왕생할 길이 멀거니, 

어떻게 도달하겠는가."

 

육조께서 말씀하셨다.

"혜능이 사군을 위하여 서쪽 나라를 찰나 사이에 옮겨 눈 앞에 바로 보게 하리니 

보기를 사군은 바라는가?“

 

위사군이 예배하며 말하였다.

"만약 여기서 볼 수 있다면 하필 가서 나겠습니까. 원컨대 스님께서 자비로써 

서쪽 나라를 보여 주시면 매우 좋겠습니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문득 서쪽 나라를 보아 의심이 없을 터이니 당장 흩어져라."

 

대중들이 놀라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자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은 정신 차리고 들어라. 

 

세상 사람의 자기 색신은 성[城]이요, 눈. 귀. 코. 혀. 몸은 곧 성의 문이니, 

밖으로 다섯 문이 있고 안으로 뜻의 문이 있다. 

마음은 곧 땅이요 

성품은 곧 왕[王]이니 

성품이 있으면 왕이 있고, 성품이 가매 왕은 없느니라.

 

성품이 있으매 몸과 마음이 있고, 성품이 가매 몸과 마음이 무너지느니라. 

부처는 자기의 성품이 지은 것이니, 몸밖에서 구하지 말라. 

자기의 성품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자기의 성품이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이니라.

 

자기 마음의 땅 위에 깨달은 성품(覺性)의 부처가 큰 지혜를 놓아서 

그 광명이 비우어 여섯 문이 청정하게 되고 

욕계의 모든 여섯 하늘들을 비추어 부수고, 

아래로 비추어 삼독을 제거하면 지옥이 일시에 사라지고 

안팎으로 사무쳐 밝으면 서쪽 나라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 수행을 닦지 아니하고 어찌 피안[彼岸]에 이르겠는가.“

 

법문을 들은 법좌(法座) 아래서는 찬탄하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으니, 

응당 미혹한 사람도 문득 밝게 볼 수 있었다.